내가 읽은 시

구드레나룻터/ 이재무

마리소피아 2006. 4. 11. 13:42

구드레나룻터

 

 

열정과 그리움 빠져나간 시든 몸으로

주막에 앉아 술을 마신다 파산한

친구의 서러운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저물어 소리 더욱 투명한

강물을 본다 생의 어느 한 굽이

제 목숨에 위태로운 살 떨리는 소용돌이 격정도

하류에 이르면 높낮이 없이 겸허의 물결로

잔잔하리라 오후의 생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큰 물 자주 다녀가는 강둑을 거처로 삼은

나무로 서서 사는 동안은

때로 줄기 떠나는 가지들의 아픈 내력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나이 들수록 마음의 마당

넓어지지 않고 뽑아낼수록

욕망의 잡초는 웃자라 무성해지는 것이냐

노을이 아름다운 날

어깨를 둘러맨 바랑에 조약돌 가득 담아

강물 속으로 걸어들어간 내 젊은 날의 여승은

지금 저쪽 생의 어느 모통이를 걸어가고 있을 것인가

수북이 밤은 내려서

돌아갈 노잣돈까지 털어 마시고

문득 돌아갈 길이 끊기고

강과 마을과 산은 한 몸이 되어 낮게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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