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시골장/ 이승하

마리소피아 2006. 5. 11. 09:16

시골장

 

 

 

아직도 5일장이 서는 내 고향에 가면
안 그래여 머라 캐쌓노 니 자꾸 그칼래?
사투리가 그 철모르던 시절로 우리를 데려가겠지
텁텁한 막걸리가 생각나면
쌍과부 임자 없이 장사하는 술집으로 가게
술에 좀 취하더라도 시망스런 사람아
아저씨 이거 노이소 어디를 만지고 그래예
이런 소릴 들음 곤란한 일이지
재수 없으면 눈덩이 새커멓게 멍들지도 몰라
시무룩하게 술 마시던 어떤 홀아비가
구석에서 시뻘건 얼굴로 달려나와 주먹 날릴지
이 아저씨 참 얄궂다 대낮에 와 이카노
시부렁거리더라도 실없는 사람아, 사랑해주라
그 집 김치는 분명 시굼시굼하겠지
그만 마시고 시끌시끌한 바깥으로 나가게
아직도 있을 그 장터 그 바닥
시설거리는 약장수 패와
시설거리는 꼬마 녀석들
새하얗게 머리 센 시어머니 뒤따르는
저 색시 등에는
새근새근 잠든 아이가 있고 오늘 사가야 할
실꾸리가 있고 옷가지가 있다
내가 버린 고향이 거기에 있다
다시 찾지 않은 시골장이 고향에 가면 있다
씨억씨억한 사람들이 시위적시위적 살아가는
물 맑은 곳, 시퍼런 하늘의 비행기 쳐다보던
그곳이 지금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죽는 날까지 그 장터 그 바닥을
못 잊는다, 못 잊는다, 그 구릿빛 얼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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