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 식당을 그냥 지나서 무가당 담배 클럽의 야유회
델피 차부에서 내려 델피의 언덕을 향해 걸어가네
델피 차부에서 델피의 언덕을 향해 올라가는 두 갈래 길의 한 가운
데 있는 조르바 식당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네
우리는 지금 따스한 햇살에 머리 감는 가로수들과 손잡고 파르나
소스 산으로 가고 있네
카잔차키스의 수염을 닮은 가로수들도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해풍
에 휘어져 파르나소스 산으로 가고 있네
델피의 언덕에 정오의 햇살이 쏟아질 때면 우리는 이곳에서 원주
민 들꽃들과 더불어 무가당 담배클럽의 야유회를 시작한다네
영혼의 자서전 같은 날씨 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과연 무엇을 야유
할 것인가
델피의 언덕에서 담배와 바람의 신이 침묵하는 동안 우리는 하염
없이 담배 연기를 허공으로 날려 보내겠지
그러면 담배 연기는 자꾸만 올라가 구름의 손금이 되리
올리브나무 사이로 우리들의 한숨이며 구름인 시간들도 고요하고
섬세하게 흘러가리
그러나 흩어진 구름의 선반 아래에는 아직 엘렌 식수가 기념 식수
를 하지 않은 파르나소스 산이 여전히 처녀처럼 누워 있으리니
이 세상의 아름다운 여자들 중엔 아직도 기념식수를 하지 않은 처
녀들이 있다고 걸어가며 우리는 키득키득 웃을 것인가
바다로부터 흘러온 바람이 올리브나무의 머리를 감기는 시간
푸르디푸른 바람의 속살 속에서 허공의 엽맥을 따라 걷는 사람들
은 아프고도 섬세하다네
나뭇잎들의 흔들림을 보면 다 알 수 있다네
델피 차부에서 델피의 언덕을 향해 걸어가며 이제사 나는 지상의
나뭇잎들과 더불어 고요히 담배 한 대를 피우네
그러나 바람과 담배의 신은 아직 저 멀리 지중해로부터 이곳에 당
도하지 않았네
그러는 동안 델피 차부로부터 걸어 나온 영원의 하루가 조르바 식
당을 그냥 지나서 벌써 무가당 담배 클럽의 야유회를 시작한 것이라네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게재 된 시/ 박정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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