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불쌍한 아줌마를 놓아주세요
도그dog는 개이다 그러나 도그가 아니던 시절 도그가 개! 하고 부르면 개는 영문을 몰라 너 약 먹었냐? 물끄러미 도그를 바라보다가 심드렁한 얼굴로 집에 갔다 도그는 그런 개가 도무지 약오르고 못마땅해 개! 개! 쫓아다니며 짖어댔고 개는 그런 도그가 황당하고 떨떠름하고 잔뜩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도그에 대해서 우리가 개,라고 연상하는 것을 조금만 참아준다면 도그도 개도 모든 걸 잊고 도그가 개 아니었을 당시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더이상 약속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도그는 도그대로 개는 개대로 우리 그래도 될까 처음엔 망설이겠지만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대로 인생을 설계할 것이다 우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럴 수도 있네 재밌네 약간 허탈해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마누라도 사람이지, 마치 처음 하는 생각처럼 늘 해오던 생각을 새로 하면서 도그도 개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믿으며 내친 김에 미뤄둔 이혼서류에 도당을 꽝! 찍어주고 하나의 믿음을 자기 것으로 만든 것에 대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처음에는 그것이 영 어색하고 못마땅하다 그러나 어색하고 못마땅할 뿐이다 자, 이제 악수 손이 금세 따듯해진다
황병승, <아저씨 불쌍한 아줌마를 놓아주세요> 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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